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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차차와 정민이의 행복한 동행
작성자 : 미디어센터 작성일 : 2018-09-17 11:30:45    조회수 : 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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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차차와 정민이의 행복한 동행

 

“캠퍼스 커플처럼 우리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요? 아무리 친한 캠퍼스 단짝이라도 우리처럼 붙어 다닐 순 없을껄요? (웃음)”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캠퍼스는 학생들로 북적이며 새로운 활기를 찾았다. 방학 때 조용했던 강의실도 교수님과 학생들의 수업 소리로 가득하다. 등교 시간이면 통학버스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귀에 무심히 이어폰을 꽂은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바쁜 발걸음 재촉한다.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한 심리학과 1학년생 한정민 학생도 아침마다 등교 준비로 전쟁을 치른다. 기숙사에 살기에 통학하는 친구들에 비해 아침이 여유로울 법도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정민 학생이 다른 학생보다 아침에 더 바쁜 이유가 있다. 자신 말고도 챙겨야 할 친구가 한명 더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차차’. 이번 학기 새롭게 만난 친구이자, 룸메이트이자, 자신의 ‘눈’과 ‘발’이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차차. 이름마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마치 ‘앞으로 차근차근 발을 맞춰보자’는 의미로 느껴졌거든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8월 말,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정민 학생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차차를 처음 만났다. 삼성은 1993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민 학생의 안내견으로 단짝처럼 생활하게 된 차차는 2살 암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그는 지능이 높고 침착하며 인내심도 강해 주위 사람들을 잘 돕는 친구로 잘 알려져 있다.

 

뜨거운 여름, 이 곳에서 정민 학생과 차차는 처음 발을 맞췄다. 서로의 걸음걸이를 세심히 살피면서 보폭을 조절하고 같은 곳을 보며 방향을 맞췄다. 차차의 어깨에 걸린 줄을 툭툭 치면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 걸음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였고, 줄을 왼쪽으로 밀면 벽면 쪽으로 서서히 붙어 장애물을 피했다. 2인3각 경기를 하듯 정민 학생과 차차의 호흡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용인 안내견학교에서 교육을 마친 후, 정민 학생은 9월 개강을 맞아 대학 캠퍼스로 교육 장소를 옮겼다. 기숙사와 강의실, 학교 식당 등 정민 학생이 주로 다니는 동선과 캠퍼스 지리를 익히기 위한 또 다른 교육이 시작됐다. 정민 학생과 차차는 안내견학교에서부터 도움을 준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캠퍼스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었다. 점차 강의실 가는 길도 익숙해졌고,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앞으로 2주간 적응 훈련을 마치고 나면, 정민 학생과 차차 둘만의 동행이 시작된다. 찰떡 호흡을 갖추기에는 짧게는 6개월 보통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사실 정민 학생은 1년 반 전에 입학한 2017학번 새내기였다. 그는 대학 입학 후 바로 1년가량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 생활과는 많은 것이 달랐던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흰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는 모습을 일반 학생들이 안쓰럽게 쳐다보는 그 싸늘한 시선이 큰 부담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 휴학 후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또 다른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을 안고 캠퍼스에 돌아왔다. 주위 시각장애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안내견 지원을 신청하게 된 것도 이 때쯤이었다.

 

신청 후 6개월. 마침내 차차를 만났다. 안내견을 배정받기까지 대개 1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예상보다 빨리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민 학생의 학교생활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안쓰럽게 바라보던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신기함과 친근함으로 바뀌었다. 차차 덕분에 먼저 말을 걸어오는 친구들이 생겼고, 대학 친구들을 만날 때 가슴 한켠에 자리한 왠지 모를 위축감도 이젠 자신감으로 변했다. 차차의 도움 덕분에 지팡이를 짚고 걸을 때 온 신경을 집중해서 걸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됐다.

 

교우 관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즐거움도 차차를 만난 이후 생긴 또 다른 행복이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을 때 책상 아래에서 이불을 깔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차차의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다. 차차에게 세수와 양치를 해주고, 털을 빗겨주며 교감하는 그 시간도 정민 학생에게는 소중한 행복이다. 아직은 정해진 곳만 다녀야 하는 훈련 기간이라 차차와 함께 밖을 자유롭게 산책을 할 순 없지만, 늦은 가을 석양이 질 즈음 차차와 함께 캠퍼스를 거닐며 계절을 만끽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이젠 더 이상 차차 없는 캠퍼스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민 학생은 다른 학우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자 하는 게 있다고 했다. 차차가 아무리 귀엽고 신기하더라도 길을 걸을 때 차차를 쓰다듬거나, 먹을 것을 주거나, 사진 찍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은 ‘눈’과도 같은 존재인데, 주위에서 안내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행동은 마치 일반인이 길을 걸을 때 모르는 사람이 와서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게는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제 캠퍼스에서 10여일은 보낸 이 두 단짝.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란 노래 가사처럼, 이제 갓 시작한 이들의 행복한 동행을 함께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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